'잊기 어려워'..옛 동거녀 부모 유골까지 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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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어려워'..옛 동거녀 부모 유골까지 훔쳐
  • 경기타임즈
  • 승인 2010.10.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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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간 옛 동거녀를 잊기 어렵다며 그녀의 부모 묘지를 파헤치고 유골까지 훔쳐 보관해 온 50대 남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29일 경기 양평경찰서에 구속된 정모(55.노동)씨와 피해자인 옛 동거녀 박모(56.여)씨는 한번씩 결혼에 실패하고 만나서 12년간 단둘이 동거를 해왔다.

정씨는 박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며 사소한 일상생활까지 집착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일정한 직업없이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생활하던 정씨의 의처증세와 잦은 폭행에 박씨는 2007년 12월 정씨와 살던 양평의 집을 나왔다.

경찰에 밝힌 피해주장에 따르면 정씨는 박씨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누구냐'며 캐묻고, 친구를 만나고 집에 오면 '다른 남자 만나는 것 아니냐'며 남자관계를 계속 의심, 박씨가 더이상 정씨와 살 수 없어 집을 나왔다고 한다.

이런데도 박씨를 향한 정씨의 집착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지난 3~4월께는 충남 공주의 노래방에서 카운터를 보는 박씨가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모텔 302호에 장기투숙을 했는데 정씨가 이를 알고 옆 방(303호)에 묵으며 한달간 박씨의 생활을 몰래 엿보기도 했다.

심지어 박씨가 묵던 방에 몰래 들어가 50여만원이 든 박씨의 지갑을 훔쳤다가 이를 의심한 박씨가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30만원을 송금해 돌려주는 등 정씨의 집착은 더 심해졌다.

그러다 정씨는 지난 7월 초 오후 4시~다음날 오전 7시 사이 전북 군산시에 있는 박씨 부모(부:2001년 사망, 모:1994년 사망)의 묘지를 파헤쳐 유골 2구를 훔치고서 집에 있는 김치통에 최근까지 보관해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정씨는 지렛대와 삽 등으로 분묘의 둘레석을 부수고 봉분을 3m가량 파낸 뒤 석관 안에 있는 2구의 유해를 모두 꺼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후 '부모 유골을 보관하고 있다. 너를 잊기 어렵다' 등의 내용과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 이메일을 두차례에 걸쳐 박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정씨는 화장하려고 유골을 빼냈는데 형편이 어려워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정씨가 훔친 유골을 볼모로 박씨와 관계를 회복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개인적 앙심을 풀기 위해 무덤까지 파헤쳐 유골을 영득한 행위는 우리 사회통념상 절대 용납받을 수 없는 행위"라며 "유족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정씨는 화장을 시킬 의도였다며 뻔뻔스런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양평경찰서는 29일 옛 동거녀의 부모 묘지를 도굴해 유골을 훔친 혐의(분묘발굴 및 사체 등 영득)로 정모(55)씨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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