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2청, 학교폭력 117센터의 장애소녀 998통 전화로 웃음 되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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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방경찰2청, 학교폭력 117센터의 장애소녀 998통 전화로 웃음 되찾아줘
  • 전철규 기자
  • 승인 2013.06.1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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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통에 웃음 되찾은 소녀가 있다.

이 소녀는 한통 한통마다 죽고싶다는 울먹였다.

이소녀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센터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이렇다.

"죽고 싶어요. 자꾸 나쁜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서 애들이 너무 괴롭혀요."라고...

수화기 너머로 어눌한 말투의 소녀의 울먹임이다.

지적장애 3급의 중3 학생이다. 이 학생은 지난해 6월부터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학교폭력 신고전화에 걸려온 상담전화의 한통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하여 웃음 꽃을 피었다.

A양은 당시 16새 소년의 중3학생이었다.

A양은 학교폭력 신고 전화 117에 중학교 입학 이후 또래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A양은 특수학급에서 따로 공부했지만 일반 학급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걸핏하면 '먹을 것을 사오라'고 했고 지나치며 툭툭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는 '죽고싶었다'고 했다.

이날 통화에서 A양은 상담사의 진심 어린 위로에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전화하겠다고 얘기하곤 통화를 마쳤다.

그날 이후 A양은 매일 117센터로 전화했다. 하루에 10차례나 걸려올 때도 있었다. 그렇게 1년, A양과 117센터의 통화는 998차례 이어졌다.

A양은 지적장애 2급인 홀어머니와 나이 드신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자신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을 117센터에서 처음 만난 셈이었다.

통화가 계속되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A양은 아는 오빠에게서 당한 성폭력 경험을 조심스레 고백했다. 지금 복역 중인 그가 복수할까 두렵다는 불안도 털어놨다.

특히 자신의 깊은 상처까지 얘기하며 A양은 웃기 시작했다.

A양의 표정이 밝아지며 전화 횟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샘들, 나 이제 스스로 극복해볼게요"라고 말한단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전화 외에도 상담사들의 사후관리 노력이 한몫했다.

상담사들은 한마음이 돼 A양을 교육청 주관 캠프에 참가하게 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했다. 어머니와 함께 면담도 실시했다. 가해학생들이 A양과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했다.

경기경찰2청 117센터가 지난 해 6월 18일 문을 연 지 꼭 1년이 됐다.

117센터는 신고를 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후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다. 상담사마다 수 명씩을 전담해 '사후관리 카드'를 꼼꼼히 작성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A양의 사례처럼 뚜렷한 신체 가해가 없어 '음지'에 가려진 학교폭력이 드러나고 있다.

2012년 1∼5월 학교폭력 관련 신고는 26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117센터 개소 이후 올해 같은 기간 7천15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무려 26배나 늘었다.

본인 스스로 신고하는 비율도 올해 1∼5월 현재 64.4%로 지난해 동기 대비(57.4%) 7%p 늘었다.

117센터는 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 교육과학기술부 직원, 여성가족부 직원 등 총 16명, 4개조로 편성돼 있다. 24시간 운영한다.

경기경찰2청 여성청소년계 이광노 경위는 "주기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사후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 단순히 신고만 받는 것을 넘어 2차피해 방지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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