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지기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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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지기 할머니
  • 신승우 시인
  • 승인 2011.07.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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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우물 껍질을 발라내어 맛을 본다.
꼭지도 씨앗도 조심스레 깨물어 맛을 보며
감 하나 송두리째 먹는다.

 나무를 보자.
세 번째 가지가 뻗은 방향은, 처음 앉아준 노랑부리 멧새가 날아간 방향이지.
 여덟 번째 감에는, 산 아래 두 번째 마을 공 영감 셋째 딸내미,
뺨 눈물 스친 바람도 묻어 있나니.
 감 하나가 익으려면, 온 우주가 달려들어야 하는 것을.
알겠느냐, 세상은 감나무 한 그루라는 걸.

 오늘은 감을 많이 먹었구나, 먹을 만큼 먹었어.
 그 말을 끝으로 감은 툭 떨어졌다.

 이상하게도 감잎은 잘 말라 있었고,
사람들은 잎을 모아, 언덕을 만들어 할머니를 묻었다.

  불을 붙였다.

 별의 노을빛이 조금 흔들린 날, 재에서 씨가 나왔다.
 사람들은 씨를 얻어다 심기도 하고 탑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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