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추석 ‘행복카셰어’ 사연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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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추석 ‘행복카셰어’ 사연을 아시나요?
  • 전철규 기자
  • 승인 2016.09.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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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전경ⓒ경기타임스

추석이다. 1년에 두 번, 대한민국 고향 가는 길은 미어터지는 도로 위 자동차처럼 사연이 넘친다. 사통팔달 뚫린 길도 이 사정, 저 사정 못가는 아픔이 별처럼 많다. 그리운 고향 가는 길, 적어도 기쁨의 눈물을 기꺼이 삼키며 가는 이들이 있다. 경기도가 올해 첫 도입한 공용차량 무상 대여 서비스 ‘행복카셰어’ 이용자들이다. 올해 추석엔 114가족 526명의 사연을 담은 경기도 관용차량 114대가 행복하게 도로를 달린다. 행복카셰어 이용자 사연을 재구성해 담아봤다.

■사연 하나=아이 셋과 처음으로 승용차 타고 고향 가는 이미현씨의 사정.

▶이미현(가명. 39. 수원)는 이번 추석엔 고향 가는 걸 포기할 생각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차를 팔고 나서는 어린 아이 셋을 데리고 고향 가는 길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이다.

명절 선물에 애들 셋 짐까지 챙겨서 강원도까지 가려면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대여섯 시간을 가야한다. 그나마 나이에 비해 점잖은 큰 애가 어린 동생을 돌봐줘서 고맙지만 엄마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렇다고 명절 쇠려고 차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올 추석은 집에서 보내리라 마음을 굳히던 차에 남편이 솔깃한 얘기를 했다. “나랑 친한 우리 회사 김 대리 있잖아. 그 친구가 신문에서 봤다는데, 경기도청에서 승용차를 공짜로 빌려준다더라고. 근데 우리가 될지 모르겠네.”

미현씨는 지원 대상에 다자녀 가정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행복카셰어에 신청서를 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했어요. 아이들이 커서 조금 걱정도 했는데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차로 배정해주셨더라고요. 정말 기뻤습니다. 이 좋은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이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연 둘=갈 고향 없어도 딸과의 추석 여행을 기대하는 박선화씨의 사정

▶박선화씨(가명. 49. 수원)는 딸 지민이 볼 생각에 밤잠이 오지 않는다. 직장 문제로 딸을 전남 광주 친정에 맡겨 놓고 얼굴을 못 본지 벌써 6개월이다.

추석이 다가오지만 친정 엄마 빼고는 명절에 딱히 찾아뵐 친지도 없고, 얼마 전엔 친정 엄마가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까지 하셔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이번 추석엔 희망이 가득하다. 곧 다가올 추석엔 딸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사 한 줄이 박씨와 지민이의 추석 여행의 시작이었다. 무상으로 공용차를 빌려주는 경기도 행복카셰어가 소개된 기사였다.

“내려가서 딸과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워낙 일이 바빠 야근도 많고 차도 없어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행복카셰어에 선정되고 나서 딸과 여행계획 짜느라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직장동료들한테 자랑했더니 어떻게 이런 정책을 생각했는지 놀랍다고 다들 응원하던데요. 행복카셰어 파이팅입니다”

박씨는 올 추석에 평소 지민이가 좋아하던 낚시를 함께 갈 생각이다. 민속촌, 피코아일랜드 등 가보고 싶었던 관광지도 마음껏 둘러볼 계획이다. 물론 여행은 입원하신 친정 엄마 먼저 뵙고 떠난다.

■사연 셋=홀로 셋을 키운 엄마, 정해연씨의 설레는 추석 나들이

▶경기도 해피 카쉐어링 덕에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추석을 보내게 됐습니다” 양주에 사는 정해연씨(47·여)는 올 추석 세 자녀를 데리고 고향을 찾을 예정이다.

빠듯한 형편 탓에 수년 간 명절에도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이지만 이번 명절에는 경기도 행복카셰어로 차를 제공받게 됐기 때문이다.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세 자녀를 키워온 A씨의 월 급여는 100만 원 안팎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27만 원의 최저생계비를 지원받고는 있지만 네 가족을 건사하기엔 벅찬 금액이다.

자가용은커녕 렌터카와 대중교통도 비용 걱정으로 이용하지 못하던 A씨는 지난 여름 행복카셰어를 이용해 1년 만에 부모님을 찾아뵀고, 이번 추석에 다시 차량이용 신청을 하게 됐다.

정씨는 전을 부쳐 부모님을 찾아뵌 뒤 딸을 포항의 기숙사에 데려다 줄 계획으로 뜻깊은 명절을 맞게 됐다. 겨울철 얇은 옷 한 벌로 버티던 딸을 위해 집에 있는 겨울옷을 잔뜩 싣고 두 아들까지 함께 가족여행 겸 드라이브를 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돈 걱정에 찾아가진 못하고 전화만 드리던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고 아이들과 다 같이 드라이브를 하며 먼 길 데려다줄 수 있어 참 행복해요. 이용자를 행복하게 하는 해피 카쉐어링을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행복카셰어는?

▶주말과 공휴일 등에 운행하지 않는 공공기관 공용차량을 도민과 공유하는 사업으로, 경기도가 올해 5월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행복카셰어 이용자들은 공용차량을 무상으로 자유로운 용도로 쓸 수 있다. 다만 도로비와 주유비는 본인 부담이다. 제공되는 차량은 경기도 차량지원팀이 철저하게 관리한 5년 이내 출고 차량이다. 또한 책임보험은 물론이고, 법률비용 특약까지 포함된 대인대물배상 보험에 가입돼 있다.

행복카셰어는 지난 2015년 말 젊은 공직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정에 반영하고자 실시된 ‘영아이디어 오디션’에서 선정되며 도입됐다.

2016년 2월 설 명절 시범사업을 거쳐 5월 5일 본격 시행됐다. 7월에는 ‘경기도 공용차량의 공유 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수혜자 범위를 기존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에서 한부모, 다자녀, 다문화, 북한이탈주민까지 확대했다. 5월 운영 이후 추석 전까지는 총 505대에 505가족, 2,168명의 도민이 이용했다.

이번 추석연휴에는 도내 시·군 중 차량 공유가 가능한 시흥, 부천, 오산시가 시범사업으로 참여하여 기존 경기도 소유 차량 105대와 시흥 10대, 부천 3대, 오산 5대 등 총 123대를 준비했다. 차량 인도 희망 지역이 부합하지 않은 9대는 제외하고 총 114대가 도민에게 제공된다.

기관별로는 본청 60대, 북부청 15대, 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24대, 부천시 3대, 시흥시 8대, 오산시 4대이다.

신청자격별로는 저소득층이 84가족, 다문화 4가족, 다자녀 14가족, 한부모 12가족이다. 이들은 14일 8시부터 18일 18시까지 차량을 고향 방문 등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도는 추석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경기도 전역으로 행복카셰어를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도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참여하지 않은 시·군 가운데에도 의정부, 광명, 용인 등이 조례 제정을 준비하는 등 계획을 세우고 있어 내년에는 서비스 지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도에 따르면 경기도 외에도 제주, 문경시, 서울시 일부 자치구 등 타 자치단체 역시 해당 조례에 대한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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