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 미니총선 최대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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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장안, 미니총선 최대 승부처
  • 정대영 기자
  • 승인 2009.10.2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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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적 러시안룰렛 촛점

수도권 2곳과 강원도, 충북, 경남 등 전국 5개 지역의 10ㆍ28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경기도 정치1번지이자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원 장안 재선거가 한나라당과 정치 생명을 건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의 러시안룰렛 게임이 되고 있다.

15일 자정을 기해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수원 장안 선거구는 '경제살리기 지역 일꾼론'과  '2기 국정 운영에 들어선 이명박 정권의 중간심판론'으로 여야 각 당이 서로의 각을 세운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가 이찬열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수원 장안에서 방을 얻어 바닥민심을 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안상수 원내대표를 명예 선대위원장, 4선의 남경필 의원을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세우고 정몽준 당 대표까지 상주하다시피 박찬숙 후보와 수원 장안지역을 동행하며 '힘있는 지역일꾼론'을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6일 원유철 경기도당위원장은 "수원 장안 각 동에 경기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을 배치하고 선거지원을 하겠다"며 초반 기선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나라당의 필승의지를 표현했다.

여야 지도부 모두 유세 기간이 짧은 재보선의 특성과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민심을 얻기 위해 거당적 지원유세를 벌이며 당력을 집중하는 초반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수원 장안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이같은 세몰이는 대리전 양상으로 치르는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 재개 여부와 맞물려 더욱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형국으로 몰아가고 이다. 

당 지도부의 직접 출마 요청을 거절하고 지역 위원장이자 정치적 동지인 이찬열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현재 장안 지역위원장이고 지역의 신뢰를 받는 후보가 나가 승리하는 것이 훨씬 값지다. 이번 선거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끼며 선거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선대위원장으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수원 장안 선거가 민주당의 선거라기보다 수도권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선거가 되고 말았다.

방송인 출신의 높은 인지도와 당의 총력지원을 바탕으로 우위를 확보한 박찬숙 후보에게 선거 초반 지지율에서 큰 격차를 보이던 이찬열 후보는 추석 전후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손학규 전 대표의 바닥을 훑는 대면 지원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2-3%p 이내의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선거 초반부터 지지세력을 결집하며 정치적 사활을 걸고 수원 장안 선거전에 돌입한 것은 박빙의 승부로 이번 재보선의 승패를 실질적으로 판가름하는 상징적인 지역일 뿐더러 선대위원장인 손학규 전 대표가 당 차원에서 반드시 꺾어야 할 한나라 탈당 괘씸죄의 장본인이자 차기 대선주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역학관계로 15일 조원동 홈플러스 앞에서 개최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은 지원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지도부 사이에서 후보자인 이찬열보다는 손학규 전 대표가 더 많이 거론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찬열 후보는 도의원하다 탈당하고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 공천으로 3번 국회의원을 했다. 한나라당의 은혜를 입고 정치적으로 큰 두 사람이다. 정치에도 의리와 신의가 있다. 손학규 전 지사도 심판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곳이 수원이다. 여기서 이기는 것이 전체에서 이기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총괄 선대위원장은 "민주당 선거에 나온 후보나 배경으로 말해지는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정치적 동지였던 박종희 의원이 상실한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것이 과연 도리에 맞느냐"며, "혹시 유권자 여러분들이 만나면 어서 빨리 춘천으로 떠나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시기 바란다"는 말로 손학규 전 대표에게 쑥덕감자를 먹였다. 

선대사무실에서 만났던 신현태 상임 선거대책위원장도 "나는 손학규 전 지사의 선대본부장을 맡아 열심히 도왔다. 그럼에도 지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쟁중 MB와 대립 탈당하는 과정에서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비애를 느꼈다"며 당시의 서운함을 전했다.

박찬숙 후보 역시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지지율 꼴찌였을 때 비서실장으로 궂은 일을 했던 박종희 의원의 의원직 상실 지역구에 민주당으로 나온 것은 안 된다"며 손학규 전 대표의 이찬열 후보 지원을 비판하고 있다.

수원 장안 선거구에서의 철새 정치인 논쟁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제기하고 있다.

15일 열린 민주당 수도권 선거대책회의에서 이찬열 후보는 "지금 가장 가까운 선 하나만 넘으면 되는 지역에서 낙선된 분이 여기 와서 둥지를 틀고자하는 이런 오만불손한 일이 수원 장안구에서 일어났다고 본다"며 지난 18대 총선 수원 영통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옆동네로 자리를 옮긴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의 지역구 이전을 꼬집었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수원 장안 선거는 한나라당 박종희 전 의원의 부정선거로 치르는 재선거이다. 이번 재선거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한나라당 후보가 출마하고 당선되면 가뜩이나 오만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은 더욱 오만방자해질 것"이라며, "박찬숙 후보는 수원 영통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다. 영통발전 약속을 내던지고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직을 구걸하 듯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후보는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는 지역구민의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의 수원 장안 선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나 각 당의 인신공격적인 네거티브 전략에도 수원 장안구민들의 재선거 관심은 냉랭하기만 하다.

장안구청사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선거대책본부가 들어선 조원동 홈플러스 4거리 일대와 성대역 인근 대로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각당의 로고송과 선거유세에 눈쌀을 찌푸리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는 박모(여ㆍ52) 씨는 "굳이 국민 세금 들여가며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잘못을 저질러 공석으로 남으면 아예 다음 선거까지 비워두면 안되나? 그 돈으로 없는 사람들이나 도우면 좋겠다"고 밝혔다.

모 제약회사 인턴사원이라는 정모(22) 씨는 "4호선 연장은 18대 선거에서도 들었던 공약이다. 여야 두 후보가 똑같은 공약을 다시 내세우는데, 이전 박종희 의원은 왜 지금까지 가만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국회의원 배지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 들먹인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비록 5곳에 불과하지만 선거지역이 전국에 골고루 걸쳐 있어 '미니 총선'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번 재선거에서 선거 관계자들은 수원 장안 선거구의 20%대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수원장안선관위는 "재보궐 선거시 10% 수준의 투표율 하락이 이어지는 측면에서 32-33%의 투표를 예상하나 동별 대면 홍보단과 '매니페스토 실천협약식' 등 다양한 투표 제고책으로 35% 수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손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선거 전면에 부각되면 평일 선거라 해도 투표율이 다소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 수원 장안은 15대 총선시 자민련 이병희 후보,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박종희 후보,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심재덕 후보, 18대 총선은 다시 한나라당 박종희 후보  당선 등 표심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으나 통계상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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