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 '진보의 미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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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 '진보의 미래' 출간
  • 정대영 기자
  • 승인 2009.11.25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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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6. '이제 제가 더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았던 진보주의 연구가 마침내 책으로 25일 출간됐다.(노무현 지음, '진보의 미래', 동녘출판사)

'진보의 미래'는 진보주의 연구와 관련된 노무현 대통령의 미공개 육필원고와 방대한 육성기록을 담고 있다.

1부에는 진보주의 연구카페에 직접 올린 육필원고를 그대로 실었고, 2부는 가까운 참모와 학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구술한 육성기록을 가급적 손대지 않고 그대로 생생하게 실었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에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일까, 그것도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진보의 미래'에는 이러한 대통령의 고민이 생생한 기록으로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나아가 진보의 핵심 가치, 진보의 대안과 전략에 관한 고민은 더욱 깊게 파고들고 있다.

"상당 기간 세계의 역사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역사는 진보주의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 자리를 차지해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p.20)

"그럼 이제 진보의 가치는 뭐냐? 연대, 함께 살자. 이거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느님의 교리하고도 맞는거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자유 평등 평화 박애 행복 이게 고스란히 진보의 가치 속에 있는 것이거든요"(p.213)

"보수와 진보의 가치 논쟁에서 핵심쟁점은 결국 복지와 분배"(p.209)

"진보주의는 경쟁력도 유지하고 일자리도 유지해 줄 수 있고, 그러면서 빈부 격차가 완화될 수 있는 비전을 내놔야 합니다"(p.260)

"결국 돈 걷어서 혁신에 투자하고 사람에 투자하는 수밖에,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p.255)

특히, '진보의 미래'에는 진보의 가치에 비추어 본 참여정부, 나아가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고백과 성찰이 강조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진보정권이었나? '제3의 길', 유럽의 진보주의 기준으로 평가해 보자. 그래도 한계는 분명하다……무엇이 발목을 잡았을까. 한국의 이념구도,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조류, 제3의 길 노선의 세례, 위기와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 정치세력의 한계-소수파 정권, 여론을 주도하는 조직적 세력의 열세, 진보주의 분파와 분열과 갈등……"(p.99)

"따로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 이런 것을 애기하지도 말아라, 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이다. 분배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정부라고 몰매만 맞았던 불행한 대통령이다"(p.140)

"어떻든 진보주의도 '그거 우리도 할 수 있어'하면서 규제 혁파 많이 했어요. 그런데 '노동의 유연화, 그것도 우린 할 수 있어'하고 놔버린 게 진보주의의 제일 아픈 데죠. 가장 아팠던 것이 이 대목입니다"(p.212)

"우리가 진짜 무너진 건, 그 핵심은 노동이에요……노동의 유연성을 받아들인 것인데……아웃소싱을 우리가 불법이라고 규정해서 잘라내지를 못하니까 정부의 칼이 현장에서 파업하는 사람들한테 겨눠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p.232, 233)

"복지비 그냥 올해까지 30%, 내년까지 40% 올려, 그냥 (색연필 들고) 쫙 그어버렸어야 하는데……그냥 앉아서 이거 몇 프로 올랐어요? 했으니……무식하게 할 걸 바보같이 해서……"(p.234)

또한 '진보의 미래'에는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에 대한 사상과 철학, 역사의 진보는 결국 시민들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강한 신념이 묻어나 있다.   

"미디어든, 인터넷이든, 연구소든, 출판이든, 어디를 보아도 우리가 열세입니다. 그냥 열세가 아니라 형편없는 열세입니다. 이런 열세를 딛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역사의 진운이 함께 할 때에만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가 돈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편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다만, 그 막강한 돈의 지배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고 이를 지혜롭게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p.21)

"한국에서 진보의 시대는 가능할 것인가, 지도자를 기다리는가? 버락 오바마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내가 보아도 부럽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한국이라면 버락 오바마가 당선될 수 있었을까……버락 오바마가 한국에 오면 밀어줄 국회는 있는가. 밀어줄 여론은 있는가. ……시민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한 간절한 노래는 현실이 될 것인가"(p.100)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우리 쪽의 동질감을 만들어 주고, 우리는 착한 사람이고 뭔가 미래를 위해서 기여할 것처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지금도 여전한 것이 현실이에요. 오늘도 대중적 분위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를 가로막고 있는 거냐?……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거냐에 대해서 과거 반독재 구호처럼 한 개인을 타도하는 것, 한 세력을 타도하는 것, 그것이 아니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고 다음 세기를 지배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의 가치 체계가 중요한 겁니다"(p.314)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몇 명의 참모들을 봉하마을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가까운 참모진과 학자들에게 '진보주의 연구모임'을 제안했고 서거하기 직전까지 비공개 연구카페에 1-5차 '진보의 미래' 줄거리 초안과 '신자유주의에 대하여', '소득불균형에 대하여' 등 각종 연구 글을 올렸다.

스스로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 사색 독서하고 연구한 글을 '진보주의 연구 카페'에 올렸고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직접 참모진과 학자들에게 구술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대통령에게 시련이 닥쳤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주변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은 방문객들과의 만남을 끊고 더욱 연구에만 몰두했으나 얼마 가지 못해 책 연구는 중단되고 말았다. 2009년 5월 6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제가 더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지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진보의 미래' 집필 작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짐을 혼자 끌어안고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구는 중단됐다.

서거 뒤 연구 모임에 참여했던 참모진과 학자들이 다시 모였고 대통령의 고뇌의 흔적을 다시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 내용을 하나씩 더듬어 보니, 고인이 된 대통령의 치열한 시민 의식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1부 '진보의 미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육필 원고이다. '국가의 역할'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 '보수의 주장, 진보의 주장' '한국의 진보와 보수' '시민의 역할' 등 노무현 대통령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고뇌했던 내용과 주제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2부 '진보주의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기 위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참모진과 학자들에게 구술한 내용이다. 연구 모임은 2008년 12월에 시작해 서거하기 직전인 2009년 5월까지 이어졌는데, 원고를 주제별로 나누어 재구성했다. '나는 왜 책을 쓰고자 하는가' 등 다섯 가지 주제이며, 될 수 있는 한 육성을 그대로 싣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 내용을 읽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깊이 진보와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사상가이자 지식인,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의 면모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진보의 미래'는 조만간 2권도 출간될 예정으로 2권은 약 40여명의 대표적인 학자들로 구성된 진보의 미래 연구위원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진보에의 화두를 기초로 연구를 진행해 (가제) '노무현이 꿈꾼 나라'를 출간한다. 

이어 인터넷 협업방식으로 연구 참여를 희망한 각계 전문가와 일반시민들의 토론을 종합해 3권 (가제) '노무현과 진보, 그리고 우리'도 출간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참여 희망자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책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요 과제였던 Web 2.0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진보의 미래 2.0(http://www.progress20.net/)'사이트가 현재 활발한 토론을 진행중에 있으며 '진보의 미래'를 주제로 각종 세미나와 학술심포지엄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그만큼 진보의 대안과 전략에 대한 토론이 활성화되고 공론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진보의 미래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지음, 신국판 변형|양장|320쪽|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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