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높은 만큼 보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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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높은 만큼 보는 사람이 많다
  • 전철규 편집국장
  • 승인 2010.02.0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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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순방길 딸ㆍ손녀 동반 '가족여행' 아쉬움

대통령은 높은 만큼 보는 사람이 많다
해외순방길 딸ㆍ손녀 동반 '가족여행' 아쉬움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춘추'의 대표적인 주석서 중 하나로 노나라의 좌구명(左丘明)이 해석했다고 전해지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은공조(隱公條)에는 '대의멸친(大義滅親)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춘추시대인 주(周)나라 환왕(桓王) 원년(B.C.719)의 일이다. 위(衛)나라에서는 공자 주우가 환공을 시해하고 스스로 군후의 자리에 앉았다. 환공과 주우는 이복형제간으로 둘 다 후궁의 소생이었다.

선군(先君) 장공(莊公) 때부터 충의지사로 이름단 대부 석작은 일찍이 성품이 과격하고 거침이 없던 주우에게 역심이 있음을 알고 주우와 가까운 아들 석후를 불러 주우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했으나 듣지 않았다.

석작은 환공의 시대가 되자 은퇴했고,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석작이 우려했던 주우의 반역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반역에 성공한 주우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영토를 넓혔지만 백성과 귀족들은 여전히 주우를 잘 따르지 않자 절친하게 지내던 석후를 불러 그 해결책을 물었다.

여러 가지로 궁리하던 석후는 결국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석작은 이렇게 대답했다. "천하의 종실인 주 왕실을 예방하여 천자를 배알하고 승인을 받는 게 좋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천자를 배알할 수 있을까요?"

"먼저 주 왕실과 각별한 사이인 진(陳)나라 진공을 찾아보도록 하여라. 그러면 진공이 선처해 주실 것이다"

주우와 석후가 진나라로 떠나자 석작은 재빨리 진공에게 밀사를 보내어 이렇게 고하도록 일렀다. "바라옵건대, 주군을 시해한 주우와 석후를 잡아 대의를 바로잡아 주시옵소서"

진나라에서는 석작의 부탁대로 그들 두 사람을 잡아 가둔 다음 위나라에서 파견한 입회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했다고 한다.

'대의멸친'이란 올바르고 큰 일을 위해 자신의 자식까지도 희생시킨다는 말로 나라나 민족을 위한 일에 사사로운 정은 끊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올해 첫 순방지로 인도와 스위스를 방문했다. 프라티바 프틸 인도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24일부터 27일까지 인도를 국빈 방문한 데 이어,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일정을 마무리하고 30일 오전 귀국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마따나 이번 인도, 스위스 방문은 올해 국정과제로 제시된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한 정상외교의 지평을 넓혔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찜찜한 소시민적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ㆍ스위스 방문 길에 분가한 딸과 외손녀를 동반했다는 뉴스 보도가 이런저런 뒷말을 남기며 가십거리를 만든 탓이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치기에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2008년 페루 방문에도 동행했다니 시리즈물을 보듯이 서울시장 재직시 히딩크 감독의 명예 시민증 수여식에서 아들과 사위를 따로 불러 사진을 찍게 했던 기억까지 파도를 친다.   

청와대의 해명처럼 인도 정부의 비공식 요청이 있었고 관련 비용은 따로 정산한다니 쉽게 인정하면 또 굳이 고집을 부려 트집을 잡을 필요는 없겠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아주 사소한 곳에서도 동티를 일으키는 상황이다. 그 위치에서 논란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자체가 문제라 하겠다.  

역대 대통령들이 자녀 문제로 겪어야 했던 정치적 수모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과전이하(瓜田李下)'의 행동이 대통령의 덕목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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