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여인들의 움직이는 자유, 화가 김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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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여인들의 움직이는 자유, 화가 김형희
  • 정대영 기자
  • 승인 2010.01.21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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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결성 및 미술치료 1급 자격증 취득

 

"어떻게 보면 제 인생 흐름을 그린다 보면 되실 거에요. 제가 좋아하니까 그리는 거져"

모딜리아니, 고갱, 천경자를 연상시키는 김형희(40) 화가의 그림은 긴 얼굴과 긴 팔다리의 다양한 여인들을 화폭에 등장시켜 그네들의 아름다움과 움직임의 자유를 밝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이 움직임을 통해 자유로움을 표현하듯이 발레리나를 꿈꾸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무용학원을 다니던 그녀는 캔버스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안무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지금은 딸 의인이(4)를 낳고 몸이 불었지만 선천적으로 170㎝를 넘는 늘씬한 몸매의 그녀는 계원예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무용학과에 재학중이던 1992년 3월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초보 운전자인 친구의 차를 타고 안양 집으로 귀가하다 친구의 운전미숙으로 남태령고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박는 사고가 났다. 3명이 함께 타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멀쩡했지만 김형희 씨만 경추 5-6번 신경이 끊어지는 전신마비 척수장애를 입게 됐다.

9개월 동안 영동세브란스병원 척수병동에서 무료하게 누워있어야 했던 그녀는 처음 얼마 동안 3개월이면 일어날 줄 알았지만 점차 주변의 반응에 못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부터 감각을 잃어버린 몸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멍하니 보내는 시간은 온갖 공상과 고통, 절망과 맞닿아야 하는 처절함이었다.
 
신앙으로 추스리지 않았더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싶은 시간들. 부모로부터 물러받은 신앙은 좌절보다는 희망을 선물했다.
 
병원 규정에 따라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재활치료를 겸해 초등학교 이후 그려본 적이 없었지만 붓을 손에 묶고 그림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고통을 화폭 위로,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그녀였다.

1994년부터 본격적인 그림작업에 들어간 그녀는 1995년 곰두리미술대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꾸준한 작품활동에 들어갔다.

그 시기에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자원봉사를 하던 남편 황성규(34) 씨를 만나 사랑을 싹틔웠고, 그 감정이 2002년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 '움직임의 자유찾기'에서 그대로 그림 속에 표현됐다.

김형희 씨는 자신의 작품을 보고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도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언제나 가진다.

2003년 결혼 후 딸 의인이를 낳으면서 그녀의 그림은 더욱 밝아지는 현재 진행형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우리 엄마, 우리 엄마, 내 엄마…' 하면서 벌써부터 불편한 몸을 도와주려는 딸아이로부터 여인의 행복을 느낀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아이라는 느낌을 새삼 확인한다.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느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이 마음 속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녀가 2008년  '꿈꾸는 여인 이야기'를 테마로 두번째 가진 개인전은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행복의 감정이 30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여인들의 군상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하늘에 높이 뜬 애드벌룬처럼 그녀의 행복은 모든 것을 들어올리며 자신의 가능성까지 시험하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미술치료를 공부한 그녀는 지난해 4년여 전공과정을 거쳐 중증장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임상미술치료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http://cafe.daum.net/art.t)'라는 모임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재활 미술치료를 하고 있다.

활동의 폭을 점차 넓혀가면서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이동성이다. 그녀는 장애인 이동성이 보다 손쉽게 보장되기를 고대한다. 

"이동에 제약을 받는 현실이 가장 힘들지요. 서울 한번 나가려면 너무 힘듭니다. 어느 지역에서든 비장애인과 같은 활동성이 보장되도록 보다 구체적인 법적 토대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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