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크레스의 칼을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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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크레스의 칼을 생각하세요'
  • 이광용
  • 승인 2009.12.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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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따른다 해도 물길이 바뀌면 요동치는 법

▲ 블루링코리아 이광용 대표
일찍이 초나라의 굴원(屈原)은 관료사회의 부패에 항거하여 청렴과 정의를 주장하다가 경양왕으로부터 추방되어 쫓겨나게 된다.

굴원은 강남으로 내려가 양자강 물가에 머리카락을 풀어 담그고는 노래를 읊으며 방황했다. 안색은 초췌하고 그 신체는 말라 고목과 같았다고 사기(史記)는 전하고 있다.

이때 나이든 어부 한명이 물었다. "그대는 초나라의 왕족인 세 성씨 중 하나이신 삼려대부(三閭大夫) 아니십니까. 어찌하여 이런 곳에서 머리카락을 강물에 담그며 한탄하고 계십니까?"

굴원은 대답했다.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어 추방을 당했다네"

그러자 어부는 "무릇 성인은 사물에 구애를 받지 않고 시세를 따라 잘 처세한답니다. 세상이 혼탁하면 그 흐름을 따라 휩쓸리지 않고 윗사람들이 다 취해있으면 어째서 그 찌꺼기와 거르고 난 술이라도 빨지 않습니까. 뛰어난 재능을 가지셨으면서도 어째서 스스로 추방당하는 일을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굴원은 말한다. "머리를 감는 자는 반드시 관(冠)의 먼지를 새로 털고, 목욕을 하는 자는 반드시 옷의 먼지를 새로 턴다고 했네. 누가 그 깨끗한 몸을 때와 먼지로 더럽히려고 하겠는가.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 뱃속에서 장사를 지내는 것이 나으리라. 어째서 희고 흰 몸으로 세속의 검은 먼지를 뒤집어 쓰겠는가"

이 말을 들은 어부는 돛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어부사'라 하여 유명한 창랑가(滄浪歌)가 됐다. '창랑의 물이 맑아지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려지면 내 발을 씻을 것입니다'

인간세계는 옳건 그르건 그때의 세속을 따라야 하며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아야 하는 것이 처세의 으뜸임을 가르치는 유명한 노래로 굴원은 창랑가를 무시한 채, 스스로 돌을 안고 멱라수에 몸을 던졌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해가 계속 이 모양이다. 2009년 새해 벽두부터 세밑에 이르기까지 전 정권 인사들과 현 여당실세, 자치단체장들의 뇌물수수가 그 진위여부를 차치하고 국민들의 심사를 끊임없이 뒤틀리게 한다. 지난 정권은 무엇보다도 도덕적인 선명성을 전면에 내세웠기에 한 총리의 의혹은 더욱 곤혹스럽다.

그게 아니라면 이들이 현재의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처세술이 약해서 지금의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이들이 자천 타천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무엇을 얻기 위해 그 허망하고 위험한 물살 속으로 뛰어들려 하는지 문득 '다모크레스의 칼'을 생각하게 된다.    

시칠리아 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우스의 신하 가운데 다모크레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이 호강을 누리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왕에 대한 부러움이 많았다. 

어느날 왕은 다모크레스를 불러 그대가 그렇게도 부러워하기만 하는 왕의 자리에 하루만 앉아보도록 하라고 말했다.  

다모크레스는 감격하여 왕의 자리에 앉았다. 눈 앞에는 온갖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고 발 아래는 궁녀들이 늘어서 있었다. 정말 꿈결과도 같았다.

그러다 그는 문득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바로 머리 위에 날카로는 칼이 한가닥 머리카락에 묶인 채, 밑으로 늘어져 있지 않은가.

다모크레스의 감격은 금세 공포로 변했고 하루 왕좌에 앉아 있는 동안 그는  언제 그 칼이 떨어질 지 몰라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권력의 자리란 결코 겉보기처럼 좋기만 한 것이 아니고 항상 위기에 직면하고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을 암시하고 있다.

'금강경'의 한자락이 떠오른다.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꿈같고 허깨비같고 물거품같으며 그림자 같은 인생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그 길로 나서려 한다면 좀더 많은 각오와 자신을 버리는 결심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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