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인재들 재래시장 살리려 팔 걷었다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고려대, 성균관대 100일 대장정

2010-01-27     전철규 기자

"재래시장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살려 저희같은 젊은 층도 매력을 느끼고 자주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대형마트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특히 중장년층보다 젊은 층에게 외면받는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대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100일 대장정'에 나선다.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고려대, 성균관대 등 5개 대학 학생 20명으로 구성된 전국대학생동아리연합회 '젊은도전팀' 회원들은 27일부터 100일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문화가 흐르는 시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재래시장 현대화는 주차장과 아케이드 설치, 간판 통일 등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같은 노력에도 재래시장이 편리성이나 쾌적성에서 대형마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대신 재래시장 고유의 느낌과 전통성, 정(情)을 살린다면 재래시장이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상점별 방문인터뷰를 통해 역사와 철학이 뚜렷한 점포들을 선정하고 이를 스토리로 만들어 명소화함으로써 젊은 층이 찾고 싶은 공간이 되게 할 계획이다.

또 이들의 참신한 디자인 감각을 살려 가격표나 메뉴판 등에 중구난방으로 돼 있는 디자인을 보다 세련되게 개선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기존 노래자랑이나 비보이공연 등 정형화된 재래시장 공연문화 대신 젊은이들의 코드에 맞는 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3월말께는 가칭 '떡볶이.전통주 파티'를 열어 시장의 대표적 음식을 팔면서 클럽 DJ도 불러 요즘 젊은 층이 좋아하는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또 궁중요리 전문가나 호텔의 수석요리사들을 초청해 시장 음식점들을 돌며 조언해줘 역량을 강화하게 돕는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복잡한 시장에 들어서도 원하는 상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리플릿으로 된 시장지도도 펴낼 예정인데, 매달 새로 발간해 그달의 추천 상점을 소개하고 주요 이벤트도 담는다.

젊은도전팀 대표 박효수(27.서울대 재학)씨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를 대립관계로 보지 않는다. 재래시장만의 철학과 자부심을 살린다면 충분히 공존 가능하다"며 "젊은이들이 전통을 동경하고 사람들이 찾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일시장에서 떡볶이가게를 운영하는 황성분(65.여)씨는 "그동안 상점들은 모두 일률적인 기준에 맞춰져 있었는데, 학생들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대신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권 제일시장번영회장은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준 학생들이 정말 고맙다"며 "문화가 흐르는 시장으로 제2의 도약을 맞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27일 오전 제일시장에서 제일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제일시장번영회와 젊은도전팀, 경기도, 의정부시가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와 의정부시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한다.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경기북부 최대 재래시장인 제일시장은 2002년부터 아케이드 설치와 노후시설 교체, 주차장 증축, 상품권 도입 등 시설 및 경영 현대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시장경영지원센터 평가에서는 경기도 149개 재래시장 중 1위, 전국 1천550개 중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