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0일째 옥상 전광판 고공 농성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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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0일째 옥상 전광판 고공 농성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노동자
  • 전철규 기자
  • 승인 2015.12.28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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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일째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최정명(45) 대의원과 한규협(41) 정책부장.... 지난 6월 11일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경기타임스

“오래 걸리더라도 이기고 내려가겠다”

벌써 200일째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최정명(45) 대의원과 한규협(41) 정책부장이 지난 6월 11일 국가인권위 옥상 전광판에 오르고 말이다. 

시간적으로도 뜨거운 여름을 나고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지나고 겨울이 닥치고 있지만 “법원의 판결대로 기아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라!”는 구호는 여전하다. 국가인권위가 이사 가는 바람에 고공농성 장소가 국가인권위 옥상에서 구 국가인권위 옥상으로 바뀌었을 뿐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는 요구 역시 그대로다.

25일과 26일 1박2일 동안 고공농성 200일을 맞아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비롯한 전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힘내라 고공농성!” 희망버스를 운행했다. 26일 오후 두 노동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200일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최정명(45) 대의원과 한규협(41) 정책부장 국가인권위ⓒ경기타임스

■날씨가 무척 추워졌다. 동상도 걸렸다고 들었는데, 건강이 염려된다.

▶어제 밑에 희망버스를 탄 사람들과 호흡하다가 밤 12시가 넘어 누웠다. 기온이 좀 차서 코도 시리고 손발도 시리다. 우리야 익숙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밑에서 노숙농성을 한 사람들은 침낭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아래서 생활하는 것과 다르니까 동상에 걸렸다. 의료진이 올라왔다. 더 악화되지 않게 틈틈이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약을 계속 바르고 손으로 비비고 있다. 사실 손으로 해주어야 하는데 손도 시리다.

■위에 상황은 좀 어떤가?

▶텐트는 없고 일단 겨울 침낭이 있다. 핫팩으로 겨우 추위를 넘기고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어니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깨고 난리다. 굉장히 미끄럽다. 발 디디면 바로 미끄러진다. 아무래도 비 오고 눈 오면 생활이 힘들다.

바람도 굉장히 세다. 식사가 올라와도 밥맛을 느낄 새가 없다. 숟가락도 밥그릇도 날아갈 정도다. 장갑을 벗고 먹으니 손은 또 얼마나 시린지. 후다닥 먹고 치우는 상황이다. 밥 먹는 것이 그냥 에너지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다 ‘일.’ 그런 애로점이 있다.

기온이 많이 떨어지니까 아침에 세수하고 양치하는 것도 어렵다. 한마디로 답이 없다. 그럴 때는 햇볕에 내놔서 녹을 때까지 기다려서 한다. 양치 할 물이 없으면 가글로 하기도 한다.

■벌써 200일이다. 어떤 심정인가? 이렇게 길어질 거라 예상도 못했을 텐데.

▶설마 200일까지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늦어도 추석 전에는 임·단협 타결되면서 마무리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오게 되니 굉장히 뭐랄까 착잡하다.

다른 게 아니라 불가능하거나 생떼, 억지를 쓰는 게 아니지 않은가? 법을 지키라는 보편타당한, 상식적인 얘기를 하는 거다. 그게 더위에 추위에 장시간 싸워야 하는 일이냐? 목숨을 걸고 해야 할 일이냐? 그래서 착잡하다. 마음의 울화병은 이런 데서 생기는 거 같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고공농성에 돌입한 이유를 다시 한번 간단히 정리해 달라.

▶우리는 법원이 판결한 대로,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정규직 지위에 있으니 정규직화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법의 판결을 무시하고 정규직화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소수만 정규직화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4,000여명 중에 형식적으로 400여명만 정규직화하는 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것은 아니지 않나?

별의별 항의를 다했다. 홍보도 하고 교섭장에 드러눕기도 하고 단식도 했다. 생산라인에 주저앉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 집 앞에서 농성도 했다. 아래 땅에서 할 짓은 다 했다. 뭘 더 하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고공농성을 하러 올라왔다.

실제적인 현대기아차 책임자인 정몽구 회장이 정당한 요구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책임지고 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를 하기 위해, 이렇게 처절하게, 당연히 법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왔다.

이것을 세상이 알아줬으면 한다. 세상에 호소하기 위해 올라왔다.

■기아차 사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좀 진척된 것이라도 있나?

▶새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고 나서 상견례만 한 상태다. 올해 임금협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임금협상에 집중해 연내 타결하려면 우리 문제는 해를 넘겨야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2월 초에 2심 선고가 있다. 2심 선고가 나기 전에 어떻게든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진정성있는 안이 제시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대법 판결까지 보자고 하면 굉장히 길어질 것이다. 고공농성이 오래된 만큼 사측도 안을 준비하겠다고 하니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200일을 맞아 어제 오늘 “힘내라 고공농성!” 희망버스를 운행했다.

▶조건이 어렵고 몸이 힘들어도, 사람이 희망이란 게 있으면 절대 굴복하지 않는 법이다. 희망버스를 보면서 힘을 많이 받았다. 어제는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웠다. 여의도에서 한강 칼바람을 맞으며 마포대교를 건너 2시간이 넘게 걸려 시청광장에 딱 들어서는데 코끝이 찡하더라.

고생을 같이 할 동지들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냐? 어제 희망을 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몽구 현대자본이 진정성있는 안을 내놓지 않으면 절대 굴복해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힘드니 그만하고 그냥 내려와라’ ‘내려오고 나면 안을 내놓을 게’, 이 따위 쓰레기 같은 소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죽었으면 죽었지 투항하지 않을 것이다.

■제일 힘든 건 뭔가?

▶아무래도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몸도 정상이 아니다. 여기저기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규협 동지는 추우니까 동상도 걸렸다. 암튼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쑤시고 뻣뻣하다. 잠도 편히 못 잔다. 몸의 기력도 달린다.

혈압 얘기를 했었나? 한규협 동지는 혈압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해 더더욱 걱정이고 나도 혈압이 한번도 높은 적이 없었는데 처방을 받아 약을 먹어야 하는 처지다. 의료진이 올라와서 일단 두고 보자고 하긴 했지만 깜짝 놀랐다. 대체로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별로 없다. 그동안 몇 번이고 하도 얘기해서 할 얘기가 뻔하다.

다만 우리가 하는 고공농성 투쟁이 개인의 의지나 아니면 독함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성원,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 힘으로 고공농성 투쟁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다. 올라온 김에 끝을 봐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좀 힘들더라도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기고 내려가겠다. 반드시 승리해서 내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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