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평택항의 다이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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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평택항의 다이궁들...
  • 전철규 기자
  • 승인 2010.02.1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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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자니 가족들 보기도 민망합니다. 이 나이에 취직할 수 도 업구요...평택항 국제터미널에서 다이궁 생활을 하는 60대의 남자의 한맺힌 한마디다. 그는 대부분의 다이궁들이 배를 떠나면 노숙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동료들의 애환을 전했다. 다이궁은 일명 보따리 장사를 칭하는 말이다.


겨울철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은 다이궁들로 유난히 붐빈다.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겨울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보따리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공공근로사업으로 빠져나갔던 50∼60대들이 겨울철이면 직업을 구하지 못해 다이궁 생활을 하기 위해 평택항을 찾아온다.

올겨울에만 다이궁의 수가 400명 정도 늘었다는 것.

12일 평택항 국제터미널에서 중국 웨이하이(威海)를 오가며 8년째 '다이궁'(일명 보따리상)' 생활을 하고 있는 권모(62.수원시)씨를 만났다.

권씨는 설 명절이 다가와도 마음이 몹시 무겁다고 한다.

권 시는 사업에 실패하고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족의 눈치를 피하려고 2003년부터 보따리상을 시작했다.

권씨는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낸다는 기쁨에 앞서 설 명절기간 평택∼중국 카페리의 일시 운항중단 때문에 줄어든 수입을 걱정했다.

권씨는 카페리를 이용해 중국의 참깨, 고추 등의 농산물을 평택항으로 배달하고 나서 그날 오후 수도권에서 평택항으로 운송된 원단, 냉장고 등 공산품과 커피, 과자, 사탕 등 국내 물품을 타고 온 배편으로 웨이하이까지 전달해주는 다이궁이다.

지난해부터 제한된 1인당 휴대반입량(50㎏) 때문에 공산품 등 중량이 무거운 짐은 동료 다이궁들과 함께 공동으로 부친다.

12일 평택항에 도착한 권씨가 중국의 짐을 전달해주고 받은 돈과 중국 현지에서 받은 운반료를 합해 1박2일간의 수입은 배 삯을 빼고 4만3천원이다.

이런 방법으로 권씨가 버는 월평균 수입은 5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날 터미널 주차장은 평소보다 많은 다이궁들로 북적댔다.

한국 설과 중국 춘절' 연휴에 평택~웨이하이 카페리가 12∼17일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 때문에 이날 평택항을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타려고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중 카페리는 승객 90% 이상이 보따리상으로 다이궁 전용선으로 불릴 정도다. 권씨처럼 평택항을 이용하는 다이궁은 1천500여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1천300명은 평택과 수원, 천안 등지에 사는 한국인이고 나머지 200명은 조선족 중국동포와 대만 화교들이다.

평상시 이들은 평택항에 입국한 당일 오후 같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한다.

평택항이나 중국 현지에서나 입국에서 출국까지 3∼7시간은 터미널 대합실에서 대기한다.

평택∼웨이하이 카페리가 입항하는 토요일이면 평택시 안중읍 일대 찜질방은 다이궁들로 만원을 이룬다.

웨이하이발 카페리가 다음날인 일요일 출발하는데다 하룻밤을 보내기에 찜질방만큼 값싼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끼니는 중국 현지나 평택항 터미널 주변 식당에 주문해 놓은 밥과 미리 준비해 갖고 다니는 김치나 마른반찬으로 대충 떼우기 일쑤다.

평택항소무역연합회 최태룡 회장은 "중국 다이궁들과는 달리, 대다수 한국인 다이궁들은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기 위해 끼니도 거르고 선숙(船宿)을 해야 하는 어려운 형편의 계층"이라며 "한중 무역의 최전방에서 몸으로 버티는 이들의 애환은 눈물겨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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