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도망쳐 인사도 못했는데..북한이탈주민 추석 합동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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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도망쳐 인사도 못했는데..북한이탈주민 추석 합동차례
  • 은종욱 기자
  • 승인 2012.01.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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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북한이탈주민 추석 합동차례ⓒ경기타임스

"새벽에 도망치듯 나오느라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제대로 못한게 마음에 걸려요. 부디 건강했으면.."

설을 닷새 앞둔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청에 마련된 차례상을 앞에 두고 새터민 박모(41ㆍ함경남도ㆍ여)씨가 눈시울을 붉혔다.

용인지역 새터민 60명이 모처럼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용인시는 이날 새터민 합동차례를 준비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번째다.

이날 행사는 제상 위에 지방(紙榜)을 모시는 '영신(迎神)'을 시작으로 모든 참례자들이 일제히 두번 절을 하는 '참신(參神)', 지방을 소각하는 '납주(納主)', 참례자 모두가 음식을 나눠 먹는 '음복(飮福)'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차례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일부 새터민은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7월 남한에 정착한 이모(48ㆍ함경북도)씨는 "남한드라마를 보다가 보위부에 적발돼 5년 징역을 살고 반역자가 됐다. 반역자는 북한에서 살 수 없어 탈북했지만 두고 온 누나와 동생들이 무척 그립다"고 했다.

그는 "얼마전 북한에서 반역자는 가족 3대를 멸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가족들이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북한과 사뭇 다른 남한의 차례문화가 낯선듯 행사장 뒤편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15년 전 두만강을 넘었다가 2005년에야 남한에 정착한 박씨는 "북한에선 가족이 차례를 따로 지내면 조상님이 어디로 갈지 몰라 오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는 고향에 남은 가족들에게 가셔야죠"라며 끝내 술잔을 올리지 않았다.

용인시의 한 관계자는 "고향에 갈 수 없는 새터민들의 그리움과 슬픔을 달래주고 남한 정착을 돕기 위해 합동차례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명절마다 이런 행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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