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 시인의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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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시인의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출간
  • 김영미 기자
  • 승인 2019.10.0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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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타임스

[경기타임스] 김윤배 시인의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휴먼앤북스에서 낭만시선 기획 첫 작품집으로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는 "인문도시 수원문학아카데미에서 시창작연수 지도교수로 수원문학인들과 시혼(詩魂)을 불태워왔다. 시인의 관념적인 개성의 폭이 넓어 애환과 우정이 교차가 되는 관찰자의 시점을 끌어내어 독자들의 감흥을 주었다며, 보편적인 사람과 사람의 남다른 배려에 대한 연정의 가슴앓이를 격조 있게 그림자로 온기를 안겨준 따스한 작품의 세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에서 독자가 받는 느낌은, 시인이 새삼 일깨우는 사랑이나 헌신(獻身)에 관한 신산한 감상이 아닐 것이다.

그가 매창(梅窓)에 빙의하여 토로하는 속내 그대로 “고도, 그 모멸의 행간을 읽지 못하면” 삶은 “살이 찢겨지는 수치(「고도, 그 모멸의 행간을 읽지 못하면」)”인 까닭에, 그의 전언들은 실로 부대끼며 살아온 세계를 다시 한 번 다잡아보는 절박한 고백일 수 있다. 그는 “세상은 알고 너만 모르는 희망은 어느 계절이냐 고는 묻지 않는다”(「너는, 질문으로 가득 찬 계절이다」). 그 질문만큼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삶의 비의가 시 보다 넓고 깊은 탓이다. 내면의 산책자임이 분명하지만, 시의 소요가 인간의 분별로도 간추려진다는 점에서 그의 어휘 중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몸과 바람과 시간이다.

사랑의 표피를 들추면 황홀함, 기쁨, 외로움, 그리움, 슬픔 등의 감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다. 다시 내피를 들추면 안타까움, 괴로움, 분노, 저주, 파탄, 자멸 등의 착잡한 정동情動이 출몰한다.

사랑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감정의 층위는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이성간의 사랑의 경우, 과거의 애틋한 사랑은 보랏빛 환영으로 떠오르지만, 그것을 추억하는 사람의 내면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다음 시는 사랑의 처절함을 극단적 형태로 제시한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 사랑의 절대적 모순을 체험하게 된다

 “말은 밤이 되어서야 마을로 돌아옵니다/돌아온 말의 로프에는 남녀의 등뼈가 매달려 있습니다/밀림은 검게 빛나고 별들 광활한 어둠 속으로 숨습니다/달빛은 등뼈를 희미하게 비춥니다/등뼈에는 안타까운 비명, 푸르게 빛납니다/무거운 적막 흐릅니다//훼절되는 관절의 어느 지점에서 서로의 눈빛을 잃고, 목소리를 잃었는지 '슬픈 등뼈' 전문.

인간은 늘 혼자인데 혼자인 주체가 다른 주체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일종의 기적이다. 그래서 사랑의 열병에 후회가 없고 사랑의 운명에 추락이 없다. 사랑의 환생을 믿는 사람에게 죽음을 알리는 묘비명은 무의미하고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는 호곡이나 묵념도 의미가 없다.

환생을 믿기에 운명의 사랑에 돌진하고 돌 속에 묻혀 천년의 세월을 버틸 수 있다. 사랑의 꿈은 풍화되는 법이 없고 암석의 단층에 갇히지 않는다.
암각의 새가 눈동자를 움직여 날개를 펼치는 날은 새로운 운명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곳과는 다른 곳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니 과거의 사연을 따질 필요가 없고 그들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사랑의 언약이 시작되었으니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길 뿐이다.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김윤배의 "이번 시집은 인간의 일상적 세속적 관습을 거슬러 올라 사랑의 뿌리를 흔드는 역류의 사랑, 환생의 시간을 오르내리며 어떠한 극한의 곡절에도 꺾이지 않는 절대의 사랑을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김윤배 시인의 시작 경력에 없던 새로운 서정이고 우리 시의 경로에도 흔히 보이지 않던 이채로운 시도다. 세월의 흐름을 역류하여 새로운 서정을 창조한 시인의 저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 항해가 또 다른 전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배 시인은 1986. 『겨울숲에서』, 열음사 출간 시집을 시작으로,  『떠돌이의 노래』, 『강 깊은 당신 편지』, 『굴욕은 아름답다』,『비를 부르는 소년』,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시인들의 풍경』,『부론에서 길을 잃다』,『온 몸의 시학, 김수영』,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 『사당 바우덕이』,『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바람의 등을 보았다』,『시베리아의 침묵』,을 펴냈다.

시인의 출판기념회는 용인문학과 수원문학 시창작연수를 함께한 문인들이 마련해 19.10.8(화)19:00 용인시 처인구청 뒤편, 《동인》에서 조촐한 기념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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